계약을 맺을 때 상대방이 제시한 내용을 믿고 비용을 지출했는데 나중에 그 계약이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약 체결상의 과실책임은 바로 이런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입니다.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람은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은 상대방에게 생긴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 단계에서 상대방을 믿고 행동한 사람을 보호해 주는 장치입니다.
목차
계약 체결상의 과실책임을 한눈에 보는 표
| 구분 | 내용 |
|---|---|
| 근거 조항 | 민법 제535조 |
| 의미 |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대방의 손해를 배상하는 책임 |
| 핵심 조건 | 원시적 불능, 책임자의 악의나 과실, 상대방의 선의와 무과실 |
| 배상 한도 | 신뢰이익을 배상하되 이행이익을 넘을 수 없음 |

표에서 가장 먼저 볼 부분은 책임자의 악의나 과실과 상대방의 선의 무과실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불능을 몰랐더라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다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손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계약을 제안하는 사람은 자신이 약속한 내용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확인할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다.
민법 제535조가 요구하는 세 가지 조건
이 제도가 성립하려면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첫째는 계약 목적이 처음부터 불능이어야 하고, 둘째는 그 불능을 안 사람이나 알 수 있었던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며, 셋째는 피해자가 선의이고 무과실이어야 합니다. 한 가지라도 빠지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첫 번째 조건은 원시적 불능입니다
원시적 불능은 계약을 체결한 순간부터 이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를 뜻합니다. 이미 멸실된 건물을 매도하기로 하는 계약이나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임대하기로 하는 계약이 이에 해당합니다. 계약 체결 이후에 이행이 어려워진 경우는 채무불이행 문제로 다루어야 합니다. 따라서 목적물이 원래 없었는지, 계약 후에 사라졌는지를 먼저 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책임을 질 사람이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악의는 어떤 사실을 알고 있던 상태이고, 과실은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는데 알지 못한 상태입니다. 판매자가 폐차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악의,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몰랐다면 과실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의무 내용에 장애가 없는지 조사하고 고지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리인의 악의나 과실도 본인의 과실로 다루어집니다.
세 번째 조건은 상대방이 선의이고 무과실이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피해자가 그 불능을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어도 피해자도 불능을 알고 있었다면 법이 보호할 필요가 없습니다. 민법 제535조 제2항은 상대방이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제1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계약을 추진할 때는 상대방의 상태뿐 아니라 나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손해배상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배상 범위는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어서 생긴 손해, 즉 신뢰이익입니다. 조사 비용, 교통비, 이행 준비 비용, 다른 유리한 계약 기회를 놓쳐서 생긴 손해, 대출 이자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배상액은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을 넘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를 과도하게 보호하지 않으면서도 신의성실한 교섭을 유도하려는 취지입니다.
신뢰이익과 이행이익의 차이
| 구분 | 의미 | 예시 |
|---|---|---|
| 신뢰이익 |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어서 입은 손해 | 교통비, 검사비, 준비비용 |
| 이행이익 |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얻었을 이익 | 차익, 영업 이익 |
신뢰이익과 이행이익은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계약이 무효이니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법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확인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지웁니다. 다만 이행이익이라는 상한선이 있어서, 어떤 비용이 신뢰손해에 해당하는지와 이행이익을 넘지 않는지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민법 제535조
이론만 보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어 실제 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례를 보겠습니다. 지난달 민법 공부를 하면서 이 주제를 다시 접했을 때 중고차 거래 같은 일상적인 장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계약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알았는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건이 발생한 뒤에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미 폐차된 중고차를 판매한 경우
중고차를 500만 원에 사기로 한 상황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계약 하루 전에 그 차가 사고로 완전히 파손되어 폐차된 상태이고 판매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구매자는 전혀 몰랐고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구매자가 계약을 믿고 차를 인수하러 가는 데 교통비 3만 원을 지출했다면 판매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구매자도 폐차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민법 제535조 제2항에 따라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계약 교섭을 중간에 파기한 경우
계약이 완전히 성립된 상태가 아니어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교섭 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히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부여했는데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을 넘는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모 당선자로 선정된 뒤 계약 체결을 예고하고 오랜 시간을 끌다가 다른 사람과 계약한 사례에서 위자료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계약 체결 여부는 원칙적으로 자유지만 상대방이 믿고 행동하게 만든 데 책임이 있다면 그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는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배상받을 수 있는 비용과 어려운 비용
계약 준비에 쓴 비용이 전부 배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 체결이 확실하다는 믿음이 생기기 전에 스스로 지출한 제안서나 견적서 작성비용은 배상받기 어렵습니다. 반면 상대방이 이행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추가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계약 성립을 기대하게 만든 뒤 지출한 비용은 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내가 낸 돈을 보호받으려면 상대방이 어떤 말과 행동으로 나를 이끌었는지 입증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계약 전 손해를 막는 생활 속 확인 습관
이 제도를 알게 된 뒤로는 계약을 앞두고 네 가지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계약서 내용도 중요하지만 대상이 실제 존재하고 이행이 가능한지부터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면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 확인 항목 | 실천 방법 |
|---|---|
| 목적물 실재 여부 | 사진과 서류만 믿지 않고 실제 상태 확인 |
| 이행 가능성 | 인도나 등기 시기와 방법을 계약서에 명시 |
| 상대방의 고지 의무 | 특이 사항을 알았다면 계약 전에 반드시 이야기 |
| 의심되는 조건 | 모호한 표현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꾸어 요구 |
사소해 보이는 확인 절차가 나중에는 큰 손해를 막는 출발점이 됩니다. 부동산이나 중고거래처럼 목적물이 특정된 계약이라면 실제 존재하는지와 현재 상태까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대방이 제대로 답하지 않거나 상태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계약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법 제535조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 보세요. 조문을 읽어 두면 계약 문제가 생겼을 때 근거 조항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생활법령정보에서는 계약과 관련한 법률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계약 체결상의 과실책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계약 체결상의 과실책임은 계약이 무효일 때의 문제를 넘어, 계약을 맺기 전에 서로가 얼마나 성실하게 확인했는지를 묻는 제도입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을 약속한 사람은 책임을 지고, 그 약속을 믿은 사람은 보호받습니다. 계약을 앞둔 순간에는 상대방 말을 그대로 믿기보다 목적물의 존재와 이행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저도 다음에 계약할 때는 이번에 정리한 조건으로 필요한 확인 질문을 먼저 던지려고 합니다. 작은 확인이 불필요한 분쟁과 손해를 줄이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이 처음부터 무효인데 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계약이 무효라도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은 상대방은 그 믿음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민법 제535조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계약을 체결한 잘못이 있는 사람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라고 정한 것입니다.
Q 협상이 깨지기만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인정되지 않습니다. 계약 목적이 원시적으로 불능이어야 하고 상대방이 선의 무과실이어야 합니다. 다만 계약 체결이 확실하다는 정당한 기대를 준 뒤에 상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파기했다면 불법행위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Q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계약 준비를 위해 지출한 교통비, 검사비, 준비비용 등이 대표적입니다. 계약이 이행되었다면 얻었을 이익까지 요구할 수는 없고, 신뢰이익을 이행이익 한도 안에서 배상받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