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초와 함초 가을 갯벌에서 만나는 붉은 단풍의 비밀

가을이 깊어 가면 산에는 단풍이 들지만, 바다의 갯벌에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바로 갯벌 위로 붉게 물든 칠면초와 함초입니다. 짠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에서 살아가는 염생식물인 칠면초와 함초는 가을이 되면 붉은빛으로 변해 바다의 단풍을 만들어 냅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과 줄기의 모양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칠면초는 잎이 보이고, 함초는 통통한 마디가 눈에 띕니다. 두 식물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차이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구분칠면초함초
생김새잎과 줄기가 구분되는 작은 풀줄기가 통통한 마디마디로 연결됨
잎작은 잎이 뚜렷하게 보임잎이 아주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음
색 변화초록에서 홍자색, 붉은색으로 변화초록에서 연한 붉은빛으로 변화
서식지서해안과 남해안 갯벌, 염습지갯벌과 염습지에서 칠면초와 함께 자람

칠면초와 함초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

갯벌에 도착해서 붉은 풀밭을 바라보면 처음에는 둘 다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생각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칠면초는 줄기마다 작은 잎이 뚜렷하게 달려 있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풀처럼 보입니다. 반면 함초는 잎은 거의 보이지 않고 줄기만 통통한 마디로 이어져 있습니다. 마치 초록색 산호를 닮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현지에서도 잎이 보이면 칠면초, 통통한 마디가 눈에 띄면 함초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칠면초는 한해살이풀로 봄에 초록빛으로 싹을 틔운 뒤 여름에는 연분홍이나 엷은 자색을 띠다가 가을로 갈수록 진한 붉은색으로 변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일곱 가지 얼굴을 가졌다는 뜻에서 칠면초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함초는 퉁퉁마디라고도 불리며,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 식물입니다. 두 식물 모두 소금기가 많은 갯벌에서 잘 자라는 염생식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생김새에서는 이렇게 분명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칠면초가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이유

칠면초와 함초가 어우러진 갯벌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단연 가을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가을이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걸까요. 여기에는 식물의 생존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칠면초는 가을이 되면 잎에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를 쌓아 올립니다. 안토시아닌은 강한 햇빛과 추위, 염분 스트레스로부터 식물의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짠 바닷물에 노출되는 갯벌이라는 환경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씨앗을 맺는 중요한 시기에 몸을 지키는 방법인 셈입니다.

쿠팡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칠면초 한 포기 안에서도 색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입니다. 진홍빛으로 완전히 물든 잎 옆에는 아직 주황빛을 띠는 잎이 있고, 아래쪽에는 연둣빛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위치와 햇빛을 받는 양에 따라 발색 속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갯벌을 붉게 덮은 칠면초 군락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입니다. 특히 물길이 S자로 흐르는 갯벌에서는 붉은 풀밭 사이로 초록빛 물길이 감돌아 더욱 장관을 이룹니다.

계절에 따라 일곱 번 변하는 색

칠면초라는 이름처럼 이 식물은 계절에 따라 색이 여러 번 변합니다. 봄에는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자라나고, 여름에는 연분홍이나 엷은 자색을 띠다가 가을에는 붉은 단풍색으로 물듭니다. 늦가을이 지나면 한해살이로서의 생을 마감하고 갯벌 위에 씨앗을 남깁니다. 또한 칠면초는 7월에서 9월 사이에 꽃을 피우는데, 꽃은 잎겨드랑이에 여러 개가 모여 달리고 처음에는 녹색을 띠다가 붉은빛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꽃이 진 뒤에는 작은 원반 모양의 열매가 생기고 그 안에 렌즈 모양의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칠면초와 함초

가을 갯벌에서 칠면초와 함초를 만나는 여행지

칠면초와 함초 군락을 가장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잘 정비된 데크 길이 있는 염생식물원입니다. 직접 찾아가 본 경험으로는 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생식물원이 단연 인상 깊었습니다. 이곳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우리나라 유일의 염생식물원입니다. 입장료가 없고 상시 개방되어 있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습니다. 나무 데크 길은 평탄해서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고, 탐방 시간은 사진을 찍지 않으면 7분 정도면 충분할 만큼 아담합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다 보면 한 시간도 부족합니다.

태평염생식물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은 데크 중간에 있는 천사의 바람 쉼터에서 바라본 S자 물길이었습니다. 정자 앞으로 초록빛 물길이 붉은 풀밭 사이를 감돌아 흐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갯벌이 입은 단풍 옷 같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칠면초와 함초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공생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줏빛으로 물든 칠면초와 연초록빛 함초의 색 대비가 무척 선명해서, 두 식물의 차이를 한눈에 익히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인천 강화도 석모도에 있는 칠면초 군락지도 유명하지만, 서해안 너머까지 발걸음을 옮기기 부담스럽다면 신안 증도가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붉은빛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시기

칠면초와 함초가 가장 붉게 물드는 시기는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입니다. 다만 절정 시기는 추석 무렵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10월 초에 방문했을 때는 군락의 80퍼센트 정도가 이미 안토시아닌을 휘발해 회색빛으로 바랜 뒤였습니다. 갯벌 단풍도 산의 단풍과 마찬가지로 절정 시기를 놓치면 아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이 빠진 갯벌에 잠겼던 칠면초가 햇빛에 마르면 붉은 기운이 사라지고 흙빛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단풍 절정 시기를 미리 확인하고, 되도록 추석 전후나 10월 중순을 목표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갯벌 여행을 앞둔 분들께 전하는 마무리

지금까지 칠면초와 함초의 차이, 붉게 물드는 이유, 그리고 두 식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여행지와 감상 시기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칠면초는 잎이 보이는 작은 풀이고 함초는 통통한 마디가 눈에 띄는 식물이라는 점, 그리고 두 식물 모두 짠 바닷물을 견디며 가을에 붉은빛으로 갯벌을 수놓는 염생식물이라는 점이 가장 큰 핵심입니다. 산의 단풍을 놓쳤다 하더라도 아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바다의 단풍이라고 불리는 칠면초와 함초가 펼치는 붉은 풍경은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에서 여전히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가을 여행을 계획하실 때 산 대신 갯벌을 선택해 보시길 권합니다. 잘 정비된 데크 길을 따라 걸으며 붉은 풀밭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바라보면, 짠 바람과 함께 지친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갯벌 여행 후에는 신발에 묻은 개흙을 털 곳이 마땅치 않아 불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데크 계단이나 화단 경계석에 신발을 문지르는 모습을 보며, 갯벌 흙 털이 시설이 갖춰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러한 작은 아쉬움이 다음 여행을 더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번 가을에는 칠면초와 함초가 만들어 내는 붉은 갯벌 풍경 속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으며 짭짤한 바다 냄새를 맡는 순간, 가을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칠면초와 함초는 먹을 수 있나요?
A: 함초는 어린순을 나물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직접 갯벌에서 채취해 생으로 먹는 것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식용으로 관리되고 가공된 제품인지 확인한 뒤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칠면초 군락지를 갈 때 준비물이 필요한가요?
A: 미끄러운 갯벌 흙길을 걸을 수 있는 가벼운 운동화나 장화가 좋고, 바닷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 많아 바람을 막아주는 겉옷을 챙기면 편안합니다.

Q: 칠면초와 함초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A: 잎이 보이면 칠면초, 통통한 마디가 눈에 띄면 함초라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어 비교하면 더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