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주가 불타오르는 요즘, 유독 한미반도체만 주가가 지지부직하다는 얘기, 많이 들리죠? 실제로 6월 4일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피에스케이 등 코스닥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이 줄줄이 상한가를 찍거나 20% 넘게 급등했는데요. 그런데 코스피 대표 장비주인 한미반도체는 같은 날 오히려 소폭 하락하며 체면을 구겼습니다. 시가총액 3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주인데도 말이죠.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요? 핵심 키워드는 ‘시장 차별화’, ‘고밸류 부담’, ‘HBM 세대교체 공백기’ 세 가지입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왜 코스닥 장비주만 불타오르나
먼저 시장의 흐름부터 봐야 해요. 최근 자금이 코스닥으로 몰리면서 전통적으로 ‘억까’를 많이 당하던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에 매수세가 집중됐습니다.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들은 모두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죠. 반면 한미반도체는 코스피 시총 30위권의 대형주입니다. 같은 반도체 장비주라도 소속 시장이 다르면 자금 유입의 온도 차이가 확연합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코스닥 반도체 장비 업종으로 유입된 개인 순매수 금액은 4천억 원에 달했지만, 코스피 반도체 장비 업종은 오히려 소폭 순매도였습니다. 시장이 다른 만큼, 같은 호재에도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죠.
여기에 밸류에이션도 큰 변수입니다. 표로 한눈에 비교해볼게요.
| 종목 | 시장 | 시가총액 | 2026년 예상 PER |
|---|---|---|---|
| 한미반도체 | 코스피 | 약 30조 원 | 85.9배 |
| 원익IPS | 코스닥 | 약 6.2조 원 | 35.8배 |
| 테스 | 코스닥 | 약 2.4조 원 | 29.0배 |
| 유진테크 | 코스닥 | 약 3.1조 원 | 38.4배 |
한미반도체의 PER은 무려 85.9배입니다. 2026년 기준인데도 이 정도면 이미 HBM 독점 수혜가 주가에 상당히 선반영됐다고 봐야 해요. 반면 원익IPS는 35.8배, 테스는 29배로 훨씬 저렴합니다. 게다가 원익IPS는 2026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6% 증가할 전망이고, 테스는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73% 늘었습니다. 이익 성장세는 뚜렷한데 밸류는 부담스럽지 않으니, 시장 자금이 코스닥 장비주로 몰리는 게 당연한 흐름이죠.
진짜 문제는 HBM 세대교체 공백기
밸류에이션 차이도 중요하지만, 한미반도체가 유독 못 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실적에 있습니다. 2026년 5월 15일 발표된 1분기 실적이 충격적이었거든요. 매출 509억 원, 영업이익 84.5억 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5% 감소, 영업이익은 무려 87% 급감했습니다. 증권가 예상치는 매출 1,900억 원, 영업이익 900억 원 수준이었는데, 실제는 10분의 1 토막이 난 셈이에요. 발표 직후 이틀간 주가는 3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이런 어닝쇼크의 원인은 뭘까요? 바로 HBM 세대 교체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가 HBM3E용 TC 본더 발주를 마무리했고, 다음 세대 HBM4용 발주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수주 공백기가 생긴 거예요. 한미반도체의 매출 대부분이 TC 본더에 집중되어 있어서, 단 1분기만 발주가 비어도 실적이 크게 흔들립니다. 이는 실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죠.
게다가 최근 HBM 가격 자체가 레거시 반도체에 비해 상승률이 저조합니다. D램 현물가 상승분이 HBM에 미치지 못하면서, 한미반도체는 호재에 약하고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기술적 차트를 봐도, 이미 6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한 상태입니다.

오너의 자사주 매입, 긍정적 신호일까
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습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지난 12월부터 17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왔거든요. 오너가 자기 회사 지분을 사들이는 건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1분기 충격적인 실적 발표 이후에도 추가 매수에 나섰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해요. 다만 자사주 매입이 단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긴 하지만, 실적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2분기부터 달라질 수 있을까
한미반도체 곽동신 회장은 2분기부터 HBM4용 본더 수주가 본격화된다고 밝혔습니다. 4월 기준 SK하이닉스 수주 잔고가 지난해 매출을 이미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다만 그 숫자가 실제로 2분기 실적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8월경 발표될 2분기 보고서를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6월 중순부터 대규모 장비 발주 소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반면 같은 HBM 장비주라고 해도, 코스닥 소부장 종목들은 이미 2027년까지 이어질 메모리 신규 팹 투자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등은 2026년 예상 PER이 여전히 30~40배 수준으로 부담이 적고, 이익 성장률은 높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죠.
결론: 지금은 기다림의 시간
정리하자면, 한미반도체 주가가 혼자 빠지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코스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피 장비주인 한미반도체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둘째, 85배가 넘는 높은 PER은 추가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셋째, HBM3E에서 HBM4로 넘어가는 세대교체 공백기로 인해 1분기 실적이 폭망했고, 아직 회복 신호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오너의 자사주 매입은 긍정적이지만, 결국 실적이 말해줘야 합니다.
전망을 해보자면, 2분기 HBM4 본더 수주가 실제로 확인되면 한미반도체도 반등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그전까지는 코스닥 반도체 장비주들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라면 8월 실적 발표를 기다리며 분할 매수 전략을 고려해볼 만한 시점입니다. 단,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은 감수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참고 자료: 네이버 증권, 한국투자증권 리서치, 리딩투자증권 보고서





